2004년 귀국후 옛 추억을 찾아...
6.25전쟁으로 피란갔다가 다시 돌아와 자리잡고 70년대초 홍대근방의 동교동으로 이사전까지 살았던 남영동집 그 골목이 5,60년대 내가 살던때의 모습으로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남산밑 후암동의 삼광초등학교는 나의 모교인데 근처에 있던 용산고교,수도여고는 모두 없어졌지만 이곳은 60년전 그대로 남아있다.
(2004.10)
한국에 돌아온지 이제 석달남짓 되었다.
마음만 작정하고 비행기만 타면 이렇게 올수있는것을 왜 30년이나 망서렸는지...
얼마전 서울에 올라가 내가 살던 옛집을 찾아본답시고 30여년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옛길들을 걸어서 모두 찾아보기로하고 서울역서부터 남영동,그리고 모교인 후암동의
삼광국민학교로 해서 남산에 올라 옛날 70년대초 서울시내의 각 고고장에서 연주하던
20대의 젊은 Rock Band들이 통금이 끝난 새벽4시면 항상 해장국집을 거쳐 모이던
남산식물원까지 갔다가 남대문시장을 둘러보고 명동에, 그리고 다시 서울역으로
이 길들을 모두 걸어서 다닌적이 있었다.
70년대에 비해 많은 거물들이 생기고 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아있는
옛길들은 아직도 그대로 인듯 차츰 기억이 난다.
가을이면 모교인 배재에서 이화여고,경기여고를 거쳐 광화문에 이르는 덕수궁 뒷담길이
낙옆으로 인해 온통 황금빛으로 변하곤 했는데 미국에서도 가끔 이 한국생각을 할때면
학창시절의 추억과 이 길이 항상 생각이 나서 귀국하면 이 길을 꼭 다시 가고 싶었으나
모교인 배재도 이제는 어디로 옮겨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만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내가 다니던 삼광국민학교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 그 건물에
운동장까지 변함없이 50년대의 그 모습 그대로있는 것이 아닌가?
더우기 옛날 내가 살던 남영동집은 아직 그모양 그대로 주소까지 바뀌지않고 있었다.
근처에 있던 성남극장, 금성극장은 이미 없어졌지만 동네입구의 해태캬라멜공장과
미군부대도 고스란히 별로 달라지지않은 모습으로 그냥 있었다.
우리 가족이 6.25때 피난을 갔다가 돌아와 자리잡은 이집에서 나는 국민학교,
중고등학교를 마쳤으며 근처 원효로입구에 있던 미8군연예회사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군에 입대하여 월남에 파병될때까지 나의 청소년시절을 모두 보냈다.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미국에서 보내며 한국꿈을 꿀때마다 항상 이집이 보였는데
옛날 내가 이집에 살때는 비록 아버지는 안계셔도 할머니,어머니,동생 모두가
단란하게 함께 살았건만 이제 가족은 모두다 세상을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아서
이렇게 오랜세월후에 이집앞에 다시 서니 어쩐지 서글프고 착찹한 기분이 든다.
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