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인이 홀대받는 한국?
내가 귀국한후 미국서부터 인터넷으로 인연을 가졌던 다양한 직업의 연주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끔 모여 합주를 했다.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인간이 감정을 음정으로 표현한것이 음악이라면 그 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나누어 기악과 성악, 즉 노래나 연주일것이며 성악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있는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반면 악기는
그 종류만도 엄청날뿐아니라 평생을 두고 연습과 연구를 해야하니 그야말로
끝이 없고 힘든 분야이기에 훌륭한 연주인이 된다는것은 결코 쉽지않은 선택이다.
외국의 경우 유명악단,유명연주인이 누리는 인기와 그들이 음악분야에서 찾이하는
비중은 절대적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가수들에 비해 연주인들이 대중들의 무관심과
홀대를 받는것에 새삼 놀라고 안타깝기도 하다.
90년대 까지만해도 외국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대형콘서트는 한결같이 유명
Rock Band나 연주자의 콘서트였고 아무리 유명해도 가수들의 콘서트는
그 수도 많지않고 규모도 작았는데 요즘은 K팝등의 강세로 많이 달라지긴했지만
그래도 실력있는 유명 연주자와 밴드의 위상은 그대로다.
내가 70년대 중반 암흑의 한국을 빠져나와 미국본토에 정착하기전 괌과
하와이에서 각각 1년씩 2년을 연주생활을 했는데 드디어 하와이에서 70년대 당시
한국서는 말로만 듣던 미국의 대형 콘서트를 직접 볼 기회가 왔다.
그 콘서트는 가수가 아닌 세계적인 기타연주자 Eric Clapton의 콘서트였는데
한국서 원판을 모조한 소위 백판으로 수도없이 들었던 Cream의 기타솔로를
눈앞에서 Eric Clapton의 실제 연주로 보며 듣는 기분은 이루 표현할수가 없을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부터 30년간 미국에 살면서 틈틈히 볼수있었던 수만명이 모이는 대형콘서트는
한결같이 Santana, Queen,Boston,Pink Floyd,Van Halen같이 유명 기타리스트와
연주중심의 Rock Band였고 그만큼의 관중을 동원하는 가수의 콘서트는 거의 없었다.
물론 Blues와 Rock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일찌기 많은 밴드와 연주자가 대중에게
알려졌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연주자도 많다보니 그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건 당연하지만 아시아권은 대략 한국과 비슷할듯한데 유독 예외가 일본이다.
나역시 일본에 대해 호의적은 아니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의 많은 연주자가
많다는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고있었는데 패전후 주둔한 미군들로부터 서양음악이
들어온것은 한국과 비슷한 환경이나 그후 대중의 취향은 한국과 달리 다양했다.
나는 Youtube를 통해 T Square,Casiopea같은 일본의 유명 Fusion Jazz Band의
콘서트 실황을 가끔 보는데 노래는 단 한곡도 없는 연주공연에 일반공연장이 아닌
몇만명 수용의 큰 돔 구장을 가득채우고 열광하는 일본관중이 경이로웠다.
일본은 세계에서 몇째가는 경제대국이라니 국민들의 문화적 취향은 아마도
경제적인 여유와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한류라는 한국 아이돌그룹의 음악들이 일본을 위시한 동남아 유럽,
남미까지 폭팔적인 인기를 누리고있고 수많은 팬들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연주없이 노래와 춤뿐인 그런 음악이 오래 갈수가 있을까.
예를 들어서 Eagles의 Hotel California가 발표된지 거의 4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그 멋진 노래와 하모니, 그리고 압권인 기타 솔로는 변함없이 온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는데 노래와 연주가 잘 조화된 그런 곡들이야말로
몇백년전 중세기의 모챨트나 베토벤의 음악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듯이 오래 갈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곡들중엔 노래보다 전주,간주의 멋진 악기연주 때문에
좋아하는 곡들도 무척 많은데 나는 한류라는 그 모든 음악에 젊은 한국
연주인의 천재적인 연주실력을 보여줄 곡이 전무한게 너무 아쉽다.
연주인을 경시하는 풍토에서 실력있는 연주인이 많이 나올리없으니 워낙
인재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수는 어린 나이에도 곡 하나만
힛트하면 스타가되어 돈방석에 앉고 연주는 평생해도 스타는 고사하고
생계유지도 힘든것이 한국이니 이런 환경에서 누가 힘들고 대우받지 못하는
연주자의 길을 가려고 하겠는가.
나는 노래가 연주보다 쉽다거나 나와 취향이 다르다고해서 한국대중의
음악적 취향을 비하하는건 절대로 아니지만 외국같이 부와 인기를 누리는
스타같은 연주인이 되기를 꿈꾸는 한국의 청년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인내심을 가질것을 권하고 싶은데 솔직히 한국에서 그런 꿈을
이루기엔 아직도 많은 세월이 필요할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국도 외국의 문화선진국같이 연주가 노래만큼 대중의
관심을 끌고 나름대로의 수준을 가진 많은 팬들의 열화같은 성원속에 실력있는
연주인이 유명가수들에 못지않은 대우와 인기를 누리는 시대가 올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알수없고 어쩌면 우리 각자의 생애에 그때를
만나지 못하고 지나갈지도 모르지만 그런것에 상관없이 오직 연주만이 자신의
삶이며 숙명이라고 확신한다면 세속적인 성공에 연연하지않고도 얼마든지
연주자로서의 보람과 행복을 즐기는 삶을 살수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