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미국 와싱톤주 타코마의 우리집에서.왼쪽부터 마쵸, 코코, 씨씨.
마쵸는 2004년 귀국직전 입양을 보냈고 코코는 우리와 함께 한국에 와서 행복하게 수를 다하고 2010년 세상을 떠났다.
1991년 미국에서 씨씨와 내가 행복했던 시절.
씨씨를 추억하며 만든 홈비디오.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첫곡은 내가 작곡,연주하여 스톤게이트시절 발표한
앨범에 수록했던 기타연주곡 Going Home이며 두번째 배경음악
Knockin' on Heaven's Door 역시 내가 직접 노래,연주했다.
아랫글은 씨씨가 세상을 떠난날 내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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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년간 단 하루도 떨어져 지내본적이 없는 사랑하는 우리의 씨씨가
2002년 11월25일 이곳 시간으로 월요일 새벽 1시 반경 미국의 타코마에서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났습니다.
1988년경 아내 제니퍼를 만나 가정을 이루게되면서 우린 서로가 동물 특히
강아지를 좋아하는것을 알게되어 우리의 사랑을 기념하는 첫 이벤트로
강아지를 입양하기로하고 타코마의 유기견보호소에 갔습니다.
거기서 만난 강아지가 우리가 씨씨라는 이름을 붙여준 조그만 푸들이였는데
조신하면서도 영리하고 귀여운 씨씨는 우리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우린 어디를 가던 무엇을 하던 항상 씨씨를 데리고 다니곤 했지요.
입양당시 추정나이 5살 정도였던 씨씨는 우리와 함께한 13년의 세월이
꿈결같이 지나면서 18세의 고령이 되어 안보이고 안들리게된 지난
2년동안은 옛날의 활기를 잃고 거의 잠으로 소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이나 다름없는 예쁜 모습으로 건강히 잘 버티어주었고 용변때면
안보이는 눈으로 여기저기 부딪치면서도 침대에서 복도까지의 가까운 길을
몇십분씩 헤메면서도 꼭 복도까지 나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잊지않고
지정된 자리에만 용변을 보던 깔끔한 씨씨였지요. 우린 씨씨가 떠나갈 시간이
다가옴을 진작부터 알고있었고 씨씨를 보내는 슬픔이 어떨것이라는것을
알기에 서로를 격려하며 보내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디바,코코,씨씨 모두를 데리고 병원에 정기검진을 갔을때 의사가 언제고
씨씨를 안락사시킬 마음의 준비가 되면 전화를 달라고 했지만 씨씨가 스스로
떠나지 않는한 우리는 결코 그렇게 할수는 없었고 그때까지 우리는 우리 부부가
할수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주기로 결심했었는데 드디어 운명의 시간은 왔고
오늘 새벽 씨씨는 우리의 사랑에 보답하듯 말끔한 모습으로 이렇게
잠자듯 떠났습니다.
평소 씨씨는 우리가 일어난후 내 콤퓨터방 히터옆에 깔아논 이불에서 종일
잠만 잤는데 어제는 조금도 잠을 자지않고 가쁜숨을 쉬면서 계속 앉아있었고
몇번이고 안보이는 눈으로 헤메면서 콤퓨터앞에 앉아있는 내게 닥아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듯 내 무릎에 올려달라고 힘없는 발로 나를 건드렸지요.
나는 헐떡이는 씨씨를 품에 안고 직감적으로 아마도 오늘 씨씨가 우리를
떠날것이라는것을 느꼈고 씨씨의 마지막 순간을 우리끼리만 함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씨씨의 모습을 사진으로 몇장찍은후
아래층 라운지에 내려가 바텐더로 일하고있는 아내에게 아무래도 오늘
씨씨가 떠날것같으니 우리끼리만 함께 있자고하고 손님들에게는 몸이 불편해서
일찍 라운지를 닫겠다고 양해를 얻은후 밤10시경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가 십여년간 함께자던 우리방 침대위에 나란히 앉았을때 씨씨는
숨만 헐떡일뿐 거의 의식이 없었는데 평소에 씨씨가 좋아하던 몇가지를 만들어
먹여보려했으나 먹지를 못해서 꿀물을 타서 주사기로 입속에 흘려넣어보았지만
그나마 삼키지를 못하니 우리는 그저 씨씨를 쓰다듬으며 계속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것밖에는 별도리가 없었고 코코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씨씨를 들여다보고
있었으며 항상 이 시간이면 신이나던 디바도 침대 한모서리에 시무룩히
앉아있는것이 다들 무언가를 아는것 같더군요.
드디어 새벽 1시 반경 씨씨는 고통스런 신음을 한두번 내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제니퍼가 씨씨가슴에 얼굴을 묻고 통곡을 하면서 아무리
쓰다듬어도 씨씨가 눈을 안감는다고 슬퍼하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더군요.
씨씨는 숨만 쉬지않을뿐 어렸을적 모습그대로 너무도 편히 잠들은것같이
보였으며 몸도 부드럽고 따뜻해서 금방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교대로 씨씨를 안고 우리가 씨씨를 만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추억들을 울며 웃으며 나누었고 씨씨는 장수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났으니 슬퍼하지말고 즐겁던 추억만을 간직하고 살자고 서로
다짐했으나 우리는 그것이 쉽지않음을 잘 알고 있었고 불과 몇시간만에
제니퍼의 입술이 트고 갈라진것을 보면서 나는 제니퍼의 슬픔과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잘 알수가 있었지요.
밤을 꼬박 새운후 아침 6시경이되자 씨씨의 몸도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몸도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씨씨를 가운데 눕히고 이불로
따듯히 덥어준후 지난 10여년간 우리틈에서 우리 팔을 베고 자던 모습
그대로 마지막 밤을 함께 보냈습니다.
7시쯤 제니퍼는 지쳐서 잠이 들었고 나는 계속 씨씨를 쓰다듬으며 TV를 보다가
9시쯤 일어났는데 13년전 씨씨를 데려왔던 정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에서는
죽은 동물들을 받아 처리해주기 때문에그곳으로 씨씨를 데려가기 위해서지요.
싸늘하게 식어 딱딱해진 씨씨를 안고 나오는데 제니퍼가 잠을 깨어 함께
가겠다고 했으나 씨씨를 넘겨주는 그 마지막 순간이 또 얼마나 괴로운지 알기에
내가 혼자 다녀올테니 자고있으라고 겨우 설득하고 씨씨가 우리에게 입양되었던,
우리가 씨씨의 친정이라고 부르던 그곳에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씨씨를
영원한 휴식을 위해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씨씨를 직원에게 넘겨주며 마지막으로 씨씨를 꼭안아주고 차가운 빰에
입을 맞추면서 냉정하고 독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나도 더 참지못하고
이른아침 아무도 없는 주차장 내 차에 앉아 처음으로 마음껏 눈물을 흘리며
사랑하는 씨씨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콤퓨터앞에 앉아있는 지금 내 옆에는 디바와 코코만이 시무룩히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씨씨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드디어 씨씨는 영원히 우리곁을 떠난것입니다.
지난 13년간 단 하루도 내 옆을 떠나지않았던 씨씨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다시는 씨씨를 볼수없다는것이 너무도 슬픕니다.
동물을 좋아하지않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가족이상으로 정을 주어보지않은
사람들은 이런 심경을 이해못하겠지만 아는분들은 이해가 되시겠지요.
오늘 월요일은 우리가 쉬는 날인데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리에게 하루동안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게끔 배려를 해준 예쁘고 총명한 씨씨,
씨씨야, 잘 가. 그동안 너무도 고마웠고 네가 우리에게 주었던 그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들을 우리 부부는 영원히 잊지않고 간직할꺼야.
씨씨야,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하는 씨씨야 안녕.....
Nov 25. 2002. 미국 와싱톤주 Tacom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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