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서 우리와 함께 귀국한 디바와 코코. 홀로남은 막내 디바도 어느듯 올해 15살이 되었으니 또다시 가슴아픈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코코가 우리곁을 떠나기 5일전의 모습.
코코와의 마지막 시간들...
우리가 미국에 살던 1995년경 우리에게 입양되어 한국에까지 같이 온 코코가 2010년 5월16일 오후 1시 반경 충남 아산의 우리집 거실에서 우리 부부에게 안겨 영원히 떠나갔다.
아직도 코코가 떠난게 믿어지지가 않고 어느 방구석에서 꼬리를 흔들며 불쑥 나타날것 같아서 그리움에 마음이 터질듯 아프지만 착한 코코는 우리가 슬픔에 괴로워하는것을 원치않고행복했던 추억만을 기억해주기 원할테니 우리도 점차 이 시련을 잘 극복해 나갈것이다.
1995년의 미국,발렌타인 데이 아침에 나는 아직 자고있는 아내몰래 타코마의 어느 펫 샆으로가서 미리 보아두었던 코코를 사가지고 아내에게 발렌타인 데이 선물로 주었는데 생후 2주일만에 우리에게 입양된 코코는 그날이후로 우리와 한 가족이 되어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코코를 입양할때 우리에겐 이미 11살된 씨씨와 3달전 역시 생후 2주일만에 입양해온 마쵸가 있었는데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예쁘고 영리한 씨씨는 2002년 18세로 수를 다하고 우리곁을 떠났으나 2000년에 입양한 막내 디바와 마쵸, 코코 덕분에 우리가족은 그 슬픔을 극복할수가 있었다.
2004년 귀국을 결심한 우리부부는 앞으로 어떤 환경이 될지모르는 한국생활에 3마리의 애견들을 모두 데려오기에 좀 벅차서 유일한 숫놈이고 체격이 큰 마쵸를 입양보내고 코코와 디바만을 데리고 30년만에 한국에 돌아와 새 생활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5년의 세월이 또 흘러 코코도 15세가 되었다.
코코는 항상 조용하고 착한 성품에 좀 심하게 집착할 정도로 오직 우리부부만을 따랐는데평생 무척 건강하고 식성도 좋아서 아픈적이 없고 15살이 되도록 몸도 제법 날렵했었으나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듯 작년 겨울부터 노쇠한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작년말부터 아내와 각방을 쓰기 시작했는데 우리부부의 사이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그 날렵하던 코코가 더 이상 우리의 침대에 점프해 올라오거나 내려갈수가 없게되어 오랜 습관대로 침대에서 함께 자려는 코코에겐 용변이나 물을 먹으러 내려갈때마다 한밤에도 일어나 도와주어야 했으므로 더우기 다늦게 한국에서 직장일을 시작한 아내가 밤에 깨지않고 편히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내가 거실 바닥에서 애들과 함께 자는것이 모두에게 편했기 때문이였다. 이후로 디바와 코코는 나와 함께 거실에서 잤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왔던 지난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온 4월, 무사히 겨울까지 넘겼건만 차츰 코코가 눈에 띄게 노쇠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에 접어들면서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종일 잠만 잤으며 그렇게 잘먹던 코코가 음식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않게되자 나는 코코와 이별의 시간이 닥아옴을 알았다.억지로라도 조금 먹이면 이내 토하고 점점 쇠약해져서 병원에 데려갔으나 나는 코코의 마지막을 준비하는것밖엔 별 도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죽은 애완동물이나 로드킬한 동물을 처리하는 기관이 시마다 있어 편리했지만 한국에는 그런곳이 없다기에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으면 어찌하는지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문의도 해보았지만 그렇게도 애견인구가 엄청난다는 한국에선 아직도 별 대책도 준비가 안된것 같았고 죽은 동물은 쓰레기로 분류해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리거나 몇군데의 동물 화장을 하는곳을 찾아야한다는 것이였다.
동물화장하는곳은 서울근교나 대전,부산등 몇군데를 찾았으나 이쪽 충남 근방에는 그런데가 한군데가 없고 그렇다고 코코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릴수는 없으니 결국 나는 내 내름대로 결정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2014년 5월 14일. 코코가 떠나기 2일전)
코코는 며칠전부터 전혀 아무것도 먹지않고 가끔 물만 마셨는데 더 이상 물조차마시지못했고 내가 주사기로 입에 스프나 물등을 억지로 넣어주면 곧 토했다.그래도 아직은 조금씩 걷기는 했으므로 나는 저녁때 집 앞뜰로 코코와 디바를 데리고 나갔다. 이제 코코가 곧 떠날것임을 알기에 마지막으로 흙도 풀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는데 코코는 천천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10여분 산책을 했다.이날밤부터 코코는 잠도 자지않았고 나는 우리가 자는 동안 코코가 혼자 쓸쓸히 숨을 거두는것을 원치않아 밤새 TV를 보며 코코와 함께 꼬박 밤을 새웠다.
5월15일(코코가 떠나기 하루전)
오늘부터 코코는 더 이상 혼자 서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했다. 벌써 일주일을 아무것도 먹지않고 토하기만해서 이젠 완전히 탈진이 되었을텐데도 정신만은 오히려 더 또렸한듯 누운채로 눈만은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는 오늘이나 내일은 코코가 더 이상 버티지못하고 떠나가리라는걸 알았다.그런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아내도 직장을 쉬기때문에 천안의 처가댁에서 처남의 생일겸 식구가 모이기로 한 날이라서 함께 외출을 해야했다.
나는 우리가 집을 비운동안 코코가 혼자 숨을 거둘것을 우려했으나 외출을 안할수는 없어잠시 처가댁에 들려서 식사만 같이 하고 서둘러 돌아왔는데 현관문을 여니 바로 문앞에 코코가 힘은 없지만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우리가 나가자마자 방문앞에까지 기어와서 우리가 돌아오기를 계속 기다린것이였다.
이날밤도 코코는 잠을 자지않았고 나도 어쩌면 오늘밤 코코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함께 꼬박 밤을 새우며 내 옆에 누워있는 코코를 계속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내가 옆에 있다는것을 느끼게 해주려했고 며칠밤을 새웠음에도 별 피곤함을 못느꼈다.
5월16일(코코가 떠나던 날)
하룻밤을 또 버티고 날이 밝자 오늘은 유별나게 날씨가 좋은듯 햇볕이 눈부셨다. 나는 코코를 안고 베란다로 나가 떠오르는 해를 코코에게 보여주었다.코코도 세상에서 마지막 보는 햇빛임을 아는지 따스한 햇볕을 즐기는듯했다.
이제 코코는 더 이상 않아있을 힘도 없어 그냥 큰대자로 엎드려있었는데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눈을 감지도 않고 육신은 비록 탈진했으나 정신만은 또렸한듯 머리만 처든채 계속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집사람도 쉬는 일요일이라 우린 함께 각자 집안에서 할일들을 했는데 중간중간 코코가 궁금해서 뒤돌아보면 변함없이 나를 응시하고있는 코코의 새카만 눈동자와 마주쳤다. 일초라도 나를 더 보고 기억하려는듯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것이다. 어느듯 오후 1시를 넘긴 시간 나는 대강 내일을 마치고 코코와 마주 앉았다. 코코는 거실의 TV앞에 누워있었는데 TV에서는 마침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가 재방되고 있었다. 연속극이나 연예프로를 전혀 보지않는 내가 즐겨보는 유일한 프로가 동물농장인데 이미 본 방송의 재방도 다시 보는 정도이다.
마침 그 프로에서는 동물의 마음을 읽고 대화를 한다는 미국여자가 출연해서 어느 경주마와의 대화를 통해 그말이 격었던 마음의 고통을 얘기하자 주변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전에 본일이 있는 장면을 재방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말의 등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채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문득 코코에게 그런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작별의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코코의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채 마음속으로 코코가 지난 15년의 긴 세월동안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에게 주었던 지극한 사랑과 기쁨,즐거움에 대해 감사하면서 그간 조금이라도 우리가 코코에게 잘못한것, 섭섭하게 한것이 있으면 용서해달라고 간절하게 마음으로 말했다. 그런데 희안하게 바로 그 순간 코코의 목이 뒤로 꺽이면서 온몸의 경련이 왔으며 나는 코코가 운명하는 순간임을 깨닿고 황급히 아내를 불렸고 부엌에서 달려온 아내와 나는 코코를 안고 코코가 숨을 거두는 순간을 함께 했다.
지금도 나는 일주일간을 죽음과 버틴 코코가 하필이면 내가 코코에게 TV에서 본대로 마음으로나마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용서를 비는 대화를 마친 그 순간 운명했는지를 가끔 생각해 본다.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코코에게 마지막 전한 마음의 대화를 코코가 들었고 드디어 버티던 끈을 놓고 편히 떠났다고 믿고싶다.
이렇게 화창한 5월의 일요일 오후 1시반경, 코코는 8년전 미국에서 씨씨가 우리곁을 떠날때와 같이 온 식구가 함께 지키는 가운데 영원히 우리곁을 떠나갔다.우리 부부는 코코가 곧 떠날것을 알고있었고 장수하고 건강히 사랑받고 살다가 갔으니 슬퍼하지말자고 수없이 다짐한터이라 코코의 죽음앞에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도 따뜻한 코코의 몸을 평소에 코코가 좋아하던 커다란 비치타월로 꼼꼼이 싸서잘 묶은후 백팩에 넣어 등에지고 함께 가겠다는 아내를 만류한채 홀로 뒷산에 올랐다.작은 체구에 일주일을 먹지않았던 코코는 무척 가벼웠고 내 등에 느껴지는 그 가벼움이 너무 애처러워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오르며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나만이 아는 어느곳에 코코를 묻은후 그위에 누워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코코야, 이제 이 세상에는 네가 없구나. 네가 정말 영원히 떠났구나.
후기...
코코가 떠나간 다음날은 갑자기 날씨가 변해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몹시 내렸다. 코코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나는 차거운 땅속에서 비에 젖는 코코를 생각하니 미칠듯이 코코가 그리웠고 당장 달려가 다시 파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파낸들 무엇하랴, 이미 코코는 떠났으니 육신은 빨리 흙으로 돌아가 자연의 한 부분이 되는것외엔 아무런 방법이 없지 않은가.
우리가 슬퍼하고 가슴아파하는것을 우리 착한 코코는 원치않겠지.코코야, 네가 갔어도 우린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고 잊지않을께. 하지만 오늘도 너무나 네가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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